지리산칼럼

물은 흘러야한다

구름모자 | 2252

지리산은 어머니산이라고 한다. 설악산처럼 외양이 빼어난 바위산이 아니라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산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먼발치에서 보고 감탄하는 산이 아니라 품안에 들어 안온함을 느끼는 산이다. 35군에 걸쳐있는 13천만평의 거대한 지괴에 수많은 역사와 문화, 전설을 간직한 남한 반도 최고봉이다.

 

국립공원1, 아고산대 지형을 이룬 생태계의 보고, 백두산에서 흘러온 우리 민족의 자존심 백두대간의 기착지... 수식어를 찾아내자면 한도 끝도 없다.

 

정부에서는 이곳에 지리산댐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문정댐이다. 물론 어제 오늘 결정된 일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거론되기 시작하였으니 역사도 유구하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환경보전에 대한 의식이 개발논리보다 약했던 1984년 지리산댐 기본계획이라는 이름이었다. 당시가 노고단을 관통하는 성삼재와 후백제 전설이 깃든 정령치에 도로를 뚫던 시절이었으니 국가정책이 성장 우선이었던 당시로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계획이었다.

 

이후 영남지방의 젖줄이었던 낙동강이 1991년 페놀사건이 터지면서 식수오염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고, 부산과 서부경남지역의 대체 상수원 개발이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지리산댐건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1996년이었고, 이후 사업실행을 위한 계획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에서 모두 꾸준히 진행되었다.

 

하지만 동강댐 실패가 말해주듯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종교인들의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계획의 수립과 취소를 반복하더니 지난 지방선거를 기화로 또다시 분쟁의 불씨를 싹틔우고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경상남도에서 추진하고자했던 다목적댐 계획은 이미 경제성분석 결과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홍수조절용댐이라는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물을 가두지 않으니 하천은 상시 유지되며, 기상이변에 따른 폭우 등을 대비하여 재해예방시설로만 활용한다는 주장이다. 말대로라면 그 주장이 타당한 듯도 보인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도는 직접적인 혜택이 없으니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하는 홍수조절용으로 사업 결정하고 댐 건설 후 정치적 논리에 밀려 다목적댐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다소 비약된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이다. 6.25의 화마와 전쟁 후 돈에 눈먼 자들의 도벌이 횡횡하던 1967, 우리나라에서 처음 국립공원 정책을 시작하면서 보전의 상징처럼 지정했던 산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지리산은 지리산답게 보존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남한반도의 최고봉인 천왕봉 아래에 제방 높이 141m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놓고 상시 물을 가두지 않으니 생태계에 영향이 없다는 자체가 넌센스일 수밖에 없다. 바위 하나 풀 한 포기 밟는 것조차도 미안해해야 하는 지리산 자락에 그 큰 인공시설은 흉물이나 다름없다.

 

지리산은 이 땅에 잠시 머물렀다가는 우리가 자손만대 물려줘야할 소중한 민족자산이다. 국립공원1호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적어도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리산, 외국인들에게는 이 땅에서 제대로 보전하고 있는 자랑스런 지리산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용유담은 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기록을 남겨놓았을까? 고을 군수는 민의를 받들어 기우제 지내는 장소를 택하였는지 한 번 가 볼일이다.

 

남한의 3대 계곡이자 골짜기가 험해 도벌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칠선계곡은 왜 생태계 보고인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대대손손 주민의 생존수단이었던 이 골짜기를 뭇매를 맞으면서까지 보호라는 이름으로 막아놓았는지 가서 볼일이다.

 

실상사는 왜 그곳에 세워졌으며 범종의 타격부분에 왜 일본지도가 새겨졌는지 산사의 종소리도 들어볼 일이다. 그곳에 가면 지리산이 왜 소중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만은 자연 그대로 보전되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지리산댐 건설에 부쳐~)

3 Comments
엉겅퀴 2015.01.29 08:24  
참 좋은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봤으면 좋겠네요..
해영 2015.01.30 15:02  
산꾼들에게는 러시아 곰시키 겨울잠 깬다고 줄을 거 놓고.....

눈 덮힌 산자락에 산불이 난다고 일년에 수개월 금단의 땅을 만들어 놓고

멀쩡한 산길 산림 해치고 산이 무너진다고 한길만 줄쳐놓고 돌밭을 깔아 놓고

그렇게 마르고 달토록 아낀다는 시끼들 대갈빡에서 나오는 찌라지나 잔머리는

뽀찌에 눈까리 시뻘개져 지리산에 시멘트 쳐 바르고

물 고여 낚시질이나 할 지역발전을 내세우니....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이런 미친시키들한테 맴고생 나라고생 하면서 살아야 하는것이여????

요런글은 지리99 전회원 뿐 아니라 대통령 누나도 보게 하고

요런것 입안한 시키 개꿈 꾸게꼬롬 보게하고

몰라서 찌라시에 속아 넘어간 우매한 인간들도 깨게 꼭 읽혀야 하는데~~~~

한돌의 고운동 달빛 이란 노래 들으며 분을 삼킵니다.


고운동 달빛 - 한돌

 

마음의 옷을 벗고 달빛으로 몸 씻으니

설익은 외로움이 예쁜 꽃이 되는구나

해맑은 꽃내음을 한사발 마시고 나니

물젖은 눈가에 달빛이 내려앉는구나


 고운동 계곡이 잠긴다네 고운동 달빛이 사라진다네

꽃들의 희망도 잠기겠지 새들도 말없이 떠나가겠지

 
사랑이 사랑이 아님을 알게 되리라

아프게 사라지지만 산은 울지 않는다

외로운 구름아 어디로 떠나려는가

꽃과 새들의 눈물속에 산도 지쳐 돌아 눕는구나

 
고운동 계곡이 잠긴다네 고운동 달빛이 사라진다네

꽃들의 희망도 잠기겠지 새들도 말없이 떠나가겠지

 
지리산 지리산아 사랑하는 지리산아

지리산 지리산아 나의 사랑 지리산아

 
고운동 계곡이 잠긴다네 고운동 달빛이 사라진다네

꽃들의 희망도 잠기겠지 새들도 말없이 떠나가겠지
벤또 2015.01.30 22:01  
우리 민족의 혼이 숨쉬고 있는 지리산은 영원히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물이 흐르도록  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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