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칼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앞장서서 훼손한 지리산 [신선너덜] (수정)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앞장서서 훼손한 지리산 [신선너덜]
지리산 국립공원 중산리지구의 순두류 부근에 [신선너덜]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깊은 지리산중 한 아름 넘는 둥근 바위들이 마치 조물주가 쌓아 놓은 듯 백여 미터 넘게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신선너덜]은 옛날부터 예사롭지 않은 곳으로 인식되어 ‘옛날 마고할미가 장독간에 모래를 깔고 싶어 치마에 모래를 싸 가지고 가던 중 구멍 뚫린 치마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렸는데 이 모래가 커져서 바위덩어리를 되어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만들어져 구전되고 있으며,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오던 옛 선현들의 지리산 유람록에도 [신선적(神仙磧)]으로 등장하는 지명으로서 옛날부터 지리산에서 손꼽히는 명승지였다.
*훼손되기 전 신비롭고 장쾌한 지리산 [신선너덜]
현재 이곳은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되어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의해 보호 관리되고 있으나, 최근 국립공원의 자연보호가 주 임무인 공원관리공단이 오히려 훼손에 앞장서서 [신선너덜]의 돌더미를 무더기로 채취 반출하여 [신선너덜]의 신비감과 장관은 다시는 되돌 릴 수 없이 초라하게 훼손될 지경이 되었다.
최근 목격된 바에 의하면, 관리공단에서 인근의 치밭목대피소의 신축 공사를 하면서 건축자재로 사용하기 위하여 무단으로 [신선너덜]의 돌무더기를 대형 포대에 담아 헬기로 대량 반출을 계획한 것이다.
*공원관리공단에 의하여 무단 반출하기 위해 대형 포대에 담긴 신선너덜의 돌무더기
*헬기로 반출을 기다리며 [신선너덜] 곳곳에 널려 있는 바위 포대들. 신비로운 장관을 연출하던 [신선너덜]이 왜소하게 훼손되어 버렸다.
등산로 정비나 지리산 내 시설물 설치를 위하여 주변에 흩어져 있는 돌들을 사용하는 수준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파트 건설을 위하여 해수욕장의 모래를 덤프트럭으로 퍼가듯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명승지를 이루고 있는 자연물인 바위를 대량으로 훼손하는 것은 명백히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설립 근거가 되고 있는 자연공원법 위반이다.
국립공원구역 안이든 바깥이든 어디든 공사용 자재로 바위가 필요하면 합법적인 자재의 구매 절차에 따라 구입하면 될 일이고 예산이 모자라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공사 범위를 조정하면 되는 것이지, 공원구역 계곡에 아무렇게 널려 있는 바위조차도 함부로 인위적으로 옮겨도 안 될 일인데 하물며 명승지를 이루고 있는 바위더미를 허물어 훼손하면서까지 공사용 자재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인 자연보호 인식부터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천박한 발상이다.
이러려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립공원의 많은 구역을 출입금지라는 부처이기주의의 장벽을 세워놓고 국민들이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하였나.
이미 지리산국립공원관리공단은 수년 전 등산로를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벌목허가 없이 공원구역에 있는 생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베어 계단을 만들거나 목책을 세우는 등 자연보호라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본연의 역할에 역행한 일들을 저질렀으나 통제받지 않고 감시받지 않아왔다.
나무는 다시 심으면 시간이 흘러 후대에서는 복구 할 수야 있지만 바위는 영원히 복구할 수 없는 자연물이다. 공원구역 내에 시설물의 공사자재를 손쉽게 확보하기 위한 행정편의적인 발상으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명승지를 아무렇지 않게 훼손해버리는 관리공단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국립공원을 이들에게 맡겨 두어도 될 것인가.
<요구사항>
1. 환경부는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 있는 [신선너덜]의 바위들이 대량 반출되어 훼손된 경위를 조사하여 공개하라.
2. 공원구역 내에 있는 바위의 반출은 명백히 자연공원법 23조 위반이며, 공원의 자연보호를 임무로 하고 있는 공원관리공단이 자연공원법 위반에 앞장섰다면 이 또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존립 기반이 되고 있는 자연공원법 위반이므로 환경부는 자연공원법을 위반한 개인과 기관을 고발조치하고 결과를 공지하라.
3. 환경부는 등산로 정비사업 계약서 등을 확인하여 공사자재의 공급과 관련된 비리가 없는지 확인하고 공개하라.
4.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유사한 자연훼손 재발 방지를 위한 시민감시체계를 비롯하여 실효성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라.
5. 신선너덜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복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