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탐구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옛길의 아름다움 (신흥-의신 옛길)
동서고금의 문화 예술품은 어느 한 시대 문화적 역량이 집결하여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전해지는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하여 지난 1만전부터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지리산에 남겨진 산길은
1만년 동안 모든 시대에 걸친 산중 삶의 역량이 집대성되어 완성한 값진 문화유산이다.
산길은 인간이 인간적인 역량만으로 독창적으로 만든 문화재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 만든 독특한 문화재다.
산길의 아름다움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낸 그 곡선에 있다.
영구불변인 자연의 고집만 피우는 투박한 선도 아니고 인간의 욕심만 담겨있는 직선도 아닌 것이
자연과 인간이 타협하고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낸 산길의 아름다운 곡선은 인류의 발명품이자 예술품이다.
산중 마을과 마을, 혹은 절과 마을, 절과 절을 이어 만들어진 산길은
지난 1만년 동안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거대한 자연과 타협하며 혹은 극복하며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곡선이다.
이와 같은 산길은 지난 1만년 동안 산길을 오고 간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산길을 걷고 있노라면 옛사람들의 산중 삶의 향기가 느껴져 때로는 전율이 돌 만큼 경이로울 지경이다.
옛 산길은 사람이 마을과 마을을 오고 가면서 가지고 다녔을 봇짐을 머리에 이고도 갈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인간이 자연을 배려하고 자연이 인간을 배려한 산길의 숨은 아름다운 맛이다.
그렇지 못할 정도로 가파르거나 험할 경우 그 길은 옛 산길이 아니고
산을 정복하려 달려드는 등산객들이 근래 만든 투박한 산길일 뿐이다.
산길은 아름다운 곡선을 따라 뒤돌아 보기도 하면서 걷는 맛이 최고이긴 한데
산길이 만들고 있는 전체적인 곡선의 아름다움은 깊은 산중 숲 속에 숨어 있는 탓에 감상할 수가 없다.
겨울철 산길을 가리고 있던 숲의 잎이 떨어지고 나면 비교적 수월하게 옛 산길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곡선을 감상할 기회가 있는데.
신흥-의신간 포장도로에서 바라보는 신흥-의신 간 옛길이다.
다행스럽게 신흥-의신간 옛길은 지금의 포장도로에서 계곡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 경사 급한 산허리에 매달려 있어 조망하기 안성맞춤이다.
의신은 지리산 주요 산길의 시작점이라 많은 산꾼들이 의신에서 신흥을 거쳐 귀가를 하는데
심지어 택시를 불러서라도 차량을 타고 내려가려 하지 의신-신흥간 포장도로를 걸어갈 산꾼은 없을 것이다.
차량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번쯤 억울해하지 말고 의신에서 신흥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며 건너편 계곡의 벼량에 걸려 있는 산길이 만들어 놓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본다면 억울해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겨울, 벼랑에 매달린 저 산길을 오간 옛 산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떠올려 본다면
그날 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사람냄새 나는 아름다움에 사무쳐 밤잠을 설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난 다음에,
그 산길에 대한 그리움이 도저히 참을 수 없도록 사무치거든 그 때 그 길을 가야
옛 사람 발자취 따라 걷는 제 맛을 온전히 느낄 것이다.
[바라보는 산길의 아름다움]
*평지교
의신에서 지금의 작전 도로를 따라 오다가 대성교 못 미처 있는 평지교에서 옛길을 징금다리를 건너 계곡을 건너 갔다.
산행 채비를 했다면 이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옛길을 따라 신흥으로 내려가도 되고
산행 채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단천 입구에 있는 단천나들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단천나들 (계곡 건너편 뚜렷한 길이 보인다.)
신흥에서 올라오는 옛길은 단천입구에서 비행기 트랩이 내려가듯 내려가고 의신을 향하여 계속 진행하는 길은 위로 갈라진다.
이곳 주변 게곡 가운데 반석에 정유석 각자가 있다.
단천마을 올라가는 포장도로 입구에서 5미터 정도 의신쪽으로 올라가면 계곡으로 내려서는 돌계단이 있다.
*단천나들에서 신흥방향으로 진행하면 곧 가파르게 올라서게 되는데 사진에 보이는 안부를 넘어간다.
단천나들을 바라보면 바로 오른쪽으로 의신가는 방향의 절벽이 보이는데 적벽과 적벽 사이로 옛길의 절묘한 곡선이 보인다.
의신쪽으로 더 올라가면 아담한 독가로 이어진다.
신흥 가까이 있는 이집에는 사납게 생긴 검은 개를 풀어놓았다. 개조심.
[걸어서 느끼는 산길의 아름다움]
건너 바라보는 옛길의 곡선에 사무쳐 옛길로 직접 들어서면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멋진 옛길을 만난다.
바라보며 2D로 즐기던 산길 곡선의 아름다움을 3D로 제대로 즐기게 된다.
신흥 들머리 가까이에 있는 [감감바위]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산길
*신흥-의신간 옛길의 상세한 정보는 [산길탐구방]에 있는 <다우>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라며
*GPS 트랙은 [GPS지형도탐구방]의 [지리산산길지도2.0]에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