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탐구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옛길의 아름다움 (신흥-의신 옛길)

꼭대 | 6583

 

 

 

동서고금의 문화 예술품은 어느 한 시대 문화적 역량이 집결하여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전해지는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하여 지난 1만전부터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지리산에 남겨진 산길은

1만년 동안 모든 시대에 걸친 산중 삶의 역량이 집대성되어 완성한 값진 문화유산이다.

 

산길은 인간이 인간적인 역량만으로 독창적으로 만든 문화재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 만든 독특한 문화재다.

 

 

 

산길의 아름다움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낸 그 곡선에 있다.

 

영구불변인 자연의 고집만 피우는 투박한 선도 아니고 인간의 욕심만 담겨있는 직선도 아닌 것이

자연과 인간이 타협하고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낸 산길의 아름다운 곡선은 인류의 발명품이자 예술품이다.

 

산중 마을과 마을, 혹은 절과 마을, 절과 절을 이어 만들어진 산길은

지난 1만년 동안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거대한 자연과 타협하며 혹은 극복하며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곡선이다.

 

이와 같은 산길은 지난 1만년 동안 산길을 오고 간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산길을 걷고 있노라면 옛사람들의 산중 삶의 향기가 느껴져 때로는 전율이 돌 만큼 경이로울 지경이다.

 

 

옛 산길은 사람이 마을과 마을을 오고 가면서 가지고 다녔을 봇짐을 머리에 이고도 갈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인간이 자연을 배려하고 자연이 인간을 배려한 산길의 숨은 아름다운 맛이다.

 

그렇지 못할 정도로 가파르거나 험할 경우 그 길은 옛 산길이 아니고

산을 정복하려 달려드는 등산객들이 근래 만든 투박한 산길일 뿐이다.

 

 

 

 

산길은 아름다운 곡선을 따라 뒤돌아 보기도 하면서 걷는 맛이 최고이긴 한데

산길이 만들고 있는 전체적인 곡선의 아름다움은 깊은 산중 숲 속에 숨어 있는 탓에 감상할 수가 없다.

 

 

겨울철 산길을 가리고 있던 숲의 잎이 떨어지고 나면 비교적 수월하게 옛 산길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곡선을 감상할 기회가 있는데.

신흥-의신간 포장도로에서 바라보는 신흥-의신 간 옛길이다.

 

다행스럽게 신흥-의신간 옛길은 지금의 포장도로에서 계곡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 경사 급한 산허리에 매달려 있어 조망하기 안성맞춤이다.

 

 

의신은 지리산 주요 산길의 시작점이라 많은 산꾼들이 의신에서 신흥을 거쳐 귀가를 하는데

심지어 택시를 불러서라도 차량을 타고 내려가려 하지 의신-신흥간 포장도로를 걸어갈 산꾼은 없을 것이다.

 

차량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번쯤 억울해하지 말고 의신에서 신흥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며 건너편 계곡의 벼량에 걸려 있는 산길이 만들어 놓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본다면 억울해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겨울, 벼랑에 매달린 저 산길을 오간 옛 산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떠올려 본다면

그날 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사람냄새 나는 아름다움에 사무쳐 밤잠을 설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난 다음에,

그 산길에 대한 그리움이 도저히 참을 수 없도록 사무치거든 그 때 그 길을 가야

옛 사람 발자취 따라 걷는 제 맛을 온전히 느낄 것이다.

 

 

 

[바라보는 산길의 아름다움] 

 

CIMG4555.JPG

*평지교

  의신에서 지금의 작전 도로를 따라 오다가 대성교 못 미처 있는 평지교에서 옛길을 징금다리를 건너 계곡을 건너 갔다.

  산행 채비를 했다면 이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옛길을 따라 신흥으로 내려가도 되고

  산행 채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단천 입구에 있는 단천나들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CIMG4269.JPG

*단천나들 (계곡 건너편 뚜렷한 길이 보인다.)

 신흥에서 올라오는 옛길은 단천입구에서 비행기 트랩이 내려가듯 내려가고 의신을 향하여 계속 진행하는 길은 위로 갈라진다.

 이곳 주변 게곡 가운데 반석에 정유석 각자가 있다.

단천마을 올라가는 포장도로 입구에서 5미터 정도 의신쪽으로 올라가면 계곡으로 내려서는 돌계단이 있다.

 

CIMG4270.JPG*단천나들에서 신흥방향으로 진행하면 곧 가파르게 올라서게 되는데 사진에 보이는 안부를 넘어간다. 

 

CIMG2484.JPG

단천나들을 바라보면 바로 오른쪽으로 의신가는 방향의 절벽이 보이는데 적벽과 적벽 사이로 옛길의 절묘한 곡선이 보인다.

 

CIMG4548.JPG

의신쪽으로 더 올라가면 아담한 독가로 이어진다.

 

CIMG4550.JPG

CIMG4130.JPG

 

CIMG4131.JPG

 

CIMG4133.JPG

 

CIMG4527.JPG

 

CIMG4536.JPG

 

CIMG4529.JPG

 

CIMG4530.JPG

 

CIMG4531.JPG

 

CIMG4532.JPG

신흥 가까이 있는 이집에는 사납게 생긴 검은 개를 풀어놓았다. 개조심.

 

 

 

[걸어서 느끼는 산길의 아름다움]

 

 건너 바라보는 옛길의 곡선에 사무쳐 옛길로 직접 들어서면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멋진 옛길을 만난다.

바라보며 2D로 즐기던 산길 곡선의 아름다움을 3D로 제대로 즐기게 된다.

 

CIMG2476.JPG

 

CIMG2479.JPG

신흥 들머리 가까이에 있는 [감감바위]

 

CIMG3218.JPG

CIMG3219.JPG

CIMG2457.JPG

CIMG2468.JPG

CIMG2473.JPG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산길

CIMG2469.JPG

CIMG2470.JPG

CIMG2475.JPG

 

 

*신흥-의신간 옛길의 상세한 정보는 [산길탐구방]에 있는 <다우>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라며

*GPS 트랙은 [GPS지형도탐구방]의 [지리산산길지도2.0]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7 Comments
산유화 2012.02.24 14:14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기분 좋게 갔고
연이어 몇번을 되풀이 할때는 짜증도 나고 하던 산길이었는데 행님의 손을 거치면 대단한 작품으로 탄생을 하는군요.
 
가을이나 겨울보다 나무에 잎이 맺히고 햇살이 따가웁기 시작하는 5월이 제일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영 2012.02.25 04:20  
길 건너 바라보는 신선이 만든 옛길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치열한 산행을 본 후 형님의 요즘 주제인 산길탐구의 백미를 대하니 걷고 싶다는 열병이 들었습니다. 다음 지리산은 해박한 형님의 긴다리 쫓아 신선의길을 걸어야겠다 다짐하고요.고민스럽던 자식일 마무리 된 후 형님의 탐구길 기웃하며 지리산 병 걸릴 조짐에 나름 가슴이 벌렁됩니다. 지금쯤 산행 준비 하실텐데.  ...동안거 하신다는 말씀 대신 매 주 지리산행을 하시는 형님과 유화누나의 열정이 지리산의 히로인(영웅)이십니다.
백산 2012.02.25 17:33  
신흥-의신 옛길 걸어보고 싶습니다.
 
자연의 고집만 피우는 투박한 선도 아니고 인간의 욕심만 담겨있는 직선도 아닌 것이
자연과 인간이 타협하고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산길의 아름다운 곡선은 인류의 발명품이자 예술품이다.
인간이 자연을 배려하고 자연이 인간을 배려한 산길의 숨은 아름다운 맛이다.
 
산길에 대해 이렇게 유려하고 적확한 표현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 낸 산길을 아주 좋아해 아름다운 길을 만나면 꼭 사진을 찍습니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유키 2012.02.26 09:30  
일상에서 무덤으로 가는 오솔길에 대해서 생각했어요일상에서 무덤으로 가는 길도 참 아름답지요술, 명태포 싸들고 후손의 두 발이 꾹꾹 밟아나간 만큼의 길
 
꼭대님의 찬미의 길을 걸으려면 진주에서 네비에 무어라고 콕 찍어넣어야 할까요?
꼭대 2012.02.27 13:13  
사실 신흥-의신 옛길의 아름다움을 저 처럼 저렇게 멋 없이 표현하면 감흥이 없는데
<유키>님 문장으로 풀어내야 비로소 제맛이 나겠습니다.
 
따라서, <모개>님과 함게 하루 나들이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니
조만간 탐방기 기대하겠습니다.
 
 
 

 
 
지형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왕성분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가면 되므로,
네비에 [하동군 화개면] -> [왕성분교]를 두드리면 된 것 같습니다.
 
화개->신흥 에서 칠불사와 의신 방향으로 갈리는 곳에서 의신방향으로 가면 저 앞에 학교가 보이고 학교 입구 좌측에 <고운>선생 전설이 있는 오래된 푸조나무를 좌측에 끼고 학교로 올라가서 교문 반대편이니 좌측으로 틀어 주차.
 
학교 앞 계곡 가운데 세이암이 있으나 물 건너기가 위험할 수 있으며 초행 경우 찾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생락.
 
의신 쪽으로 걸어가면 다리 건너기 전 좌측으로 옛길 들머리 같지 않은 들머리 (<다우>님 글의 사진 참조) 
 
 
 

 
 
들머리로 들어서면 곧 옛길이 시작되고 곧 감감바위 (계곡 건너편에서 보면 옛길 아래 위로 걸쳐 있는 바위가 아득하여(감감하여) 명명.) 지나 기분 좋게 가는 데 집이 나타나면
더럽게 생긴 개를 풀어 놓아 갑자기 놀랄 수 있으니 주의요망.
그러나 개는 험상궂게 인상 맞대응을 하면 바로 꼬랑지 내리고 도망갑니다.
 
 
 

 
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넓어진 길은 계곡을 붙고 자세히 보면 좌측으로 가림길은 계속 산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서 계곡을 붙는 길을 따라내려가면 단천 마을로 나가는 단천나들 입니다.
 
이곳에서 20미터 정도 계곡 하류로 가면 계곡 중간에 멋진 각자 [정류석]이 있는데 이 또한 <다우>님 글 참조.
 
이곳에서 단천들머리(가드레일에 절단된 곳은 길이 있다는 뜻이므로 살펴보면 포장도로로 올라설 수 있는 곳이 있음.)
 
 
 

 
 
 
단천나들에서 탐방을 멈추지 않고 평지교까지 계속 진행하겠다면 지형도 잘 보고 진행하면 멋진 옛길은 멋진 독가를 지나 계속 이어 있습니다
평지교 가까이에서 뚜렷한 길은 멈추는데 이곳에서 가드레일 절단된 곳을 보고 도로로 올라와
히치해서 왕성분교까지 가면 됩니다. 
 
 
 
 
유키 2012.02.27 23:23  
이다지도 감사할 수가......
다섯번 반복해서 읽었어요.
지형도도 제 손금 들여다보는 것 보다 더 환하굽쇼
"감감바위"
"개 짖는 집"
"더럽게 생긴 개"
꼭대님의 정감넘치는 표현 덕분에 더 완벽하게 숙지가 된 것같아요.
 
그런데 이것이 다 무료로 제공하시는 것이 아니라니......... ㅋㅋㅋ
탐방시 탐방기 작성을 위해 특별히 메모지를 준비하겠습니다.
 
단천나들목을 지나 평지교까지 가 보겠습니다.
세이암이랑 글씨굼턱도 둘러볼거고요.
끝으로 질문한가지 드릴게요
독가촌이 다우님 산행기에서 보았던, 여인네가 돌담위로 보였다 안보였다 했던 그 집인지요?
 
왕성분교로 되돌아가는 히치 작업이 좀 신경쓰이지만 뭐 사과겉이 예쁜 모개가 있으니 미인계를 쓰면 될 것이고
음, 히치말고 다시 걸어서 되돌아가면 분교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산구화 2012.02.27 17:07  
지난 토욜 오전...
이 글을 읽기 전에 그 곳을 지나쳤습니다.
의신 탐구 산행때부터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는 이슬비 내리는 날 걷고 싶어
아껴두고 있답니다.

To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