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탐구
한숨약수<긴장등과 뾰족봉 능선>
일 시 : 6 / 17 / 2012
코 스 : 심원 ~ 긴장등 ~ 한숨약수(긴장등샘) ~ 주능 ~ 뾰족봉 능선 ~ 심원
시 간 : 6시간 30분
동 행 : 형과 나
긴장등의 한숨약수를 마지막으로 찾았던 게 1996년 6월 23일이였다
이미 올린 산행기에서 밝혔듯이 작년 11월 27일,
근 16년만에 대소골 1160 m에서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옛길과 함께 한숨약수를 찾으러 나섰다가
어지러이 쓰러진 나뭇가지들과 눈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헛탕만 치고 되돌아 내려왔었다
해가 바뀌어 올해 계곡의 눈이 녹으면 한숨약수의 길안내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현지인 두 명 모두가 고로쇠 물을 받다 다리를 다쳐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해 지난 3월 말 경, 과거 긴장등 산행의 마지막 동행이였던 아내랑 다시 찾아 갔었다
혹시라도 모를 아내의 기억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역시 한숨약수를 바로 지척에 두고 주변에서 맴돌기만 했을뿐 결국 찾아내지 못했었다
이후 계속 현지인과 접촉하며 수고비를 넉넉히 주겠다며 안내를 부탁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차선의 선택으로 국골의 날끝산막골 산행기에서 언급했듯이 과거 독립군 산행시절,
새로운 산길을 가거나 뭔가를 찾으려할 때 구원요청을 했던 형에게 동행을 부탁하였다
< 과거의 긴장등 산행기록 >
난 뽕쟁이
방아골을 건너자마자 산뽕나무가 보인다
아직 제대로 여물지 못 했을망정 뽕쟁이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뽕 내 맡은 누에처럼, 아니 생선 냄새 맡은 고양이처럼,...
허겁지겁 달라붙어 오디를 따먹는다
까치발을 세우고 스틱으로 가지를 요리조리 휘저어며 걸어내려 까맣게 잘 익은 것만 따서 입안에 넣으니
' 그래 요 맛이야 ! '
눈알이 휙 뒤집어지는 듯 하다,
흡사 상어가 먹이를 물었을 때처럼.....
나의 구미를 아는 아내가 요즘 조석으로 시장에서 사오는 오디랑은 비교불허이다
아직은 덜 익었지만 조만간 농익을 것 같으니 '뽕산행' 날 잡아야겠다
짐승이야 영계처럼 여린 게 부드럽고 맛있지만 열매는 농 익은 게 맛있다
나무에 달려있는 것보다는 땅에 떨어져 물러터진 다래가 더 맛있는 것처럼.....
그리고 하나, 둘씩 먹으면 감질나니 두 세 숟가락씩 입안이 미어지도록 가득 퍼넣고
이 빠진 노인네처럼 우물거려가며 뽕물을 짜내듯 먹어야 제맛이다.
식물들이 이렇게 맛있는 과일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씨앗을 통해 자신들의 종족을 멀리, 보다 많이 퍼뜨리기 위함이다
즉 과일을 먹은 사람과 동물이 돌아다니며 그 씨앗을 그대로 뱉거나 배설물로 내보내게 되기 때문이니
따라서 인간도 어쩌면 식물의 전략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라는 다소 파격적 주장도 있는 것이다
난 오늘 산뽕나무의 전략에 협조할 수 없다
여기 오기 전 벌써 휴게소에서 배설해버렸으니까...
< 방아골 >
한숨약수(긴장등샘)
긴장등 고도 1145m 지점,
그동안 두 번의 산행에서 한숨약수의 위치로 추정하며 주변을 뱅뱅 맴돌았던 지역이다
오랜 기간 인적이 없었던 탓에 대소골에서 이곳까지의 산길이 거의 묵어버렸듯이
샘도 찾는 사람이 없어 묻혀버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틱으로 의심 지역을 파보곤 했던 지역이다
이날도 역시 주변을 뒤적이다 찾지 못하고 주능선 방향으로 올라서려고
배낭을 다시 메었지만 아쉬움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럴 수 없는 허탕함으로 서성이며 내가 주변 바위 아래 낙옆이 쌓인 몇 곳을 스틱으로 푹푹 찔러보고 있으니
형이 길을 벗어나 길에서 보이지 않던 바위 뒤로 가더니 찾았다며 부른다
역시 형은 언제나 그랬듯이 해결사였다
너무 기뻐 환호성이 쳐지면서도 한편으로 바로 곁에 두고도 그토록 찾지 못했는지 내가 멍청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찾고보니 내가 그동안 두 차례의 산행에서 맴돌았던 추정 지역과 10m 정도 떨어진 곳인데
높이 4 m 정도의 바위 뒤쪽에 있다는 사실을 나는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아~, 16년이란 시간은 나의 기억을 지우기에 충분했음인가...
당시 사진이라도 찍어두었거나 지금처럼 gps산행을 했더라면 !!
90년대 초 한숨약수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소회를 산행기록지에 이렇게 기록해 두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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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등의 고도 1150 m 정도에 위치하였는데 이끼가 가득 낀 커다란 돌 아래에서
투명한 수정 방울같은 물이 뚝뚝 떨어진다
직경 약 90 cm 정도인데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수량도 풍부해 보였다
두 손을 모아 한 모금 떠마셔보니 여름철인데도 손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고 독특한 물맛이다
누군가 흰 페인트로 한숨약수라고 이름을 써놓았다
옛날 심원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하러, 또는 산나물, 약초 캐러 힘들게 산을 오르내릴 때
거친 숨을 몰아쉬었으리라
마침 이곳에 이르러 한숨을 돌리며 이 물을 마셨을테니 이런 이름이 지어졌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또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산을 오르내린다(레저 산행)
하지만 옛날 산사람은 먹을 것을 위해, 땔감 등을 구하기 위해 산을 올랐다(생활 산행)
따라서 먹을 게 부족했을 그 당시, 한참의 산행 뒤에 마시는 이 약수는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밥맛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곳 물은 변함없을테지만 시대에 따라 물맛은 다르게 느낄 것이다
샘 바로 곁에 누군가 단을 쌓고 다듬어 텐트를 칠 수 있도록 하였다
주능선상에서 뚝 떨어져 있고 찾는 사람조차 거의 없는 이곳에 야영을 한다면
지리산의 품안에 안겨 대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으로 여겨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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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6. 17. 산행트랙 >
< 2011. 11. 27. 산행트랙,
파랑색 깃대모양의 웨이포인트를 유심히 보면 윗 트랙에서 한숨약수로 표기된 부위에 아래 트랙에서도 역시 찍혀있다
즉 gps의 오차범위 내에서 맴돌면서 찾지 못 했다는 말이다 >
< 장방형 90*90 cm 정도 크기이다 >
< 샘 곁에 제단처럼 단을 쌓아 놓았는데 비박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영역표시 진하고 넓게 해두었으니 혹시 침범할 시 사전 허가는 필수이다....ㅋ >
<높이 4m 정도의 바위 아래에 위치해 있다 >
< 긴장등 날머리 >
< 긴장등 날머리의 헬기장 >
긴장등 산길
1. 대소골 들머리
심원에서 출발하여 첫 계곡 방아골을 건너고 조금 지나 대소골 본류를 두번 째 건넌 후
길이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40분 정도 이어지다 다시 대소골을 만나며 길이 없어지는데
이 세번 째 계곡과 만나기 40 m 전방에 우측 붉은색 고로쇠 물통 앞으로 계곡 건너
들머리가 시작된다
이후 산길은 두 지능선 사이의 건계곡을 따라 이어지는데 원길은 건계곡 왼쪽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져
함숨약수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능선으로 올라서며 한숨을 돌리는 형태이다
현재 길이 묵어있어 표지기 달기를 완결하지 못했으니 도중 길을 잃을 시 좌측 지능선으로 붙어
고도 1150 m 부위에서 잘 살피면 나의 표지기가 인도할 것이다
( 파란색 실선은 아직 길을 잇지 못한 구간)
2. 주능선상의 들머리
지형도상 1382 m봉 헬기장에서 시작되는데 지금은 관목으로 둘러싸여 헬기장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며
더욱이 주등산로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 관목을 헤치고 올라서야 한다
노고단 출발 기점으로 현재 돼지령 표지목이 서있는 곳 30 m 전방쯤에서 왼쪽으로 올라서면 될 것이다
하산시 주의점은 긴장등 등날을 따라내려오다 보면 1190 m에서 능선이 좌우로 분기되는데
반드시 우측 능선으로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3. 한숨약수 들머리
1150 m 지점에 이르면 무릎 높이의 펑퍼짐한 돌이 있는데 입구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오름기준 좌측으로, 하산기준 우측으로 나의 표지기를 따라 10 m 정도 들어서면
곧 제단 형태의 단이 보이며 샘은 약 4 m 높이의 바위 뒤쪽에 있다
나의 애인 유월이
신록의 유월이는 오늘따라 한층 더 탄탄한 볼륨감을 뽐내며 생기가 넘쳐 보인다
황홀의 신록 유월이에게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기 마련이다
봄바람을 타고 새움과 어린 잎이 돋아 나올 때의 신록이 유년이라 하면
삼복 염천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는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할 것이다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이즈음과 같은 청춘시대가 아닐까
물이 오를대로 오름 잎사귀가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을 띠는 시절이니....
신록의 유월이는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나의 마음 구석구석을 씻어낸다
그래서 난 유월이의 감미로운 애무를 받을 때마다 간드러지는 소리와 함께 자지러진다 !!
< 반야봉 방향 >
< 노고단 방향 >
바람난 산홍이
바람 난 가시나 만산홍이는 날씨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늘 나 오는 줄 어찌 알아채고 주능선까지 임마중 나왔네.....
사실 요즘 옛날처럼 방방곡곡 어딜 가도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던 시절은 아니다
그건 숲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는 땔감을 구하느라 나무를 베어가고 또 낙엽도 긁어가며 산이 헐벗었기에
산성의 척박한 토양에서도 자라는 진달래와 소나무와 같은 양수림이 숲의 주인이였다
하지만 현재는 음수림이며 낙엽활엽수인 참나무 숲으로 점차 변해가며 땅이 비옥해져
많은 식물들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진달래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 진달래 >
뾰족봉 능선
심원 마을에서 쳐다보면 지형도상 1004 m 봉우리가 유난히 뾰족해 보이는데 그래서 이름도 뾰족봉이라 불린다
이 능선 이름이 다양하게 불리지만 산 지명은 산 아래 마을 사람들에 의해 붙여지게 마련이니 뾰족봉 능선이라고
불리는 게 당연할 것이다
들머리는 돌탑 옆 목책 넘어 바로 있다
< 뾰족봉 능선 들머리에서 본 노고단 >
< 숲의 대화,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히 수수되는 대화를 엿듣는 재미에 귀를 쫑긋 세운다 >
< 명당....
풍수적으로 흥선 대원군이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도굴되지 않도록 아주 단단히 명당에 잘 묻었기에
실제 도굴을 피할 수 있었고 그래서 아들 고종이 왕이 되었다고 한다
과연 뾰족봉 능선 상의 이 묘도 정말 도굴되지 말아야 할 명당이기에 이랬을까 ? >
< 뽀족봉 정상의 형 >
꽃이란
꽃은 나무이든 풀이든 상관없이 모두에게 달리는, 후손을 퍼뜨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암컷, 수컷 모두 생식기를 버젖이 드러낸 채 수분되기 위해, 수분 시키기 위해 갖은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아무도 이들의 이런 행동을 음란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교육이란 이름으로 길들여진 윤리적 도덕적 탈을 켜켜이 쓰고,
내숭의 그림자 속에 숨어 순진 무구한 행동만이 인간다운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 함박꽃,
야, 너 너무 벌린 거 아냐?, 야해 ! >
끝으로
혹자는 비지정 산길을 소개하는 나의 이런 산행기가 지리산을 훼손하고 더 오염시킨다고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난 지리산꾼의 양식을 믿으며 비밀의 장소를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젠체하는 것을 사양한다
선인들의 삶이 녹아있고 그들의 체취가 느껴지는 산길도 지리산의 문화라면 문화이다
하나 둘 이런 옛산길이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까운 심정에 산행정보 공개를 주저하지 않는다
많은 후답자의 발길이 이어져 옛길이 다시 복원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부탁하면
아직 길을 완전히 잇지 못한 지형도상의 파란 실선 표시부위는 산길탐구팀이 완결해 주면 좋겠다
지리산길의 대가인 갑장 꼭대님,
언제 일요일 날 잡아요
길눈 좋은 사람들이랑 팀 꾸려지면 같이 가죠잉~~
< 산길트랙은 gps지형도탐구방에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