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탐구

임걸령 옛길과 황호랑이막터

 

 

일   시     :     August 26, 2012

 

코   스     :     직전 ~ 피아골산장 ~ 용수암 ~ 임걸령샘 ~ 1412m봉 ~ 서산대 ~ 직전

 

인   원     :     독오당    < 에스테야,  수야,  다우 >

                    호진이랑 옥자랑 < 유호진, 이옥자 >

 

 

독오당의 9월 정기산행이 당원들의 제반사정으로 8월 마지막 주로 옮겨졌지만

그나마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이 에스테야, 수야, 나 이렇게 세 사람만뿐이다.

사실 난 지난 주 산행에서 용수바위~임걸령샘 구간에서 진행방향을 잡기위해 gps를

들여다보느라 잠간 발밑을 소홀히 하는 순간 돌너덜에서 미끄러지며 우측 무릎을

찍은 후유증으로 당분간 산행을 자제할 참이였다

그런데 독오당 사무총장이 참석명단에 ' 다우 참석 '을 공지해버려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섰다.

 

사람마다 제각기 산에 가는 다양한 이유와 목적이 있지만

난 대개 뭔가를 찾을 게 있거나 새로운 길을 가보고 싶을 때 지리산에 간다

하지만 한 달 한 번씩 예외를 두었으니 바로 독오당산행이고 이 날은 당원들과의 만남에 마냥 행복해 하는 날이다.

오늘 산행은 지난 주에 연이은 피아골산행으로 독오당원과의 만남도 즐길뿐더러

지난 주 찾지 못했던 임걸령 옛길도 함께 찾아보는 산행이니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산행 시작 전 '피아골계곡산장'에서 식사를 하며 '호진이랑 옥자랑' 부부를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나의 지난 주 산행기를 보고 산행코스를 잡았다고 하니 옛길 찾기 작업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하다.

 

 

 

 

선유교~피아골산장 구간의 너덜길은 세석~거림 구간의 너덜길처럼

도대체 적응이 안되는 지루한 길이기에 선유교를 건너지 않고 옛길로 들어선다

이 옛길에서 단연 돋보이는 풍광은 후박나무로 잘 못 알려진 일본목련나무들이 군락을 이뤄 뽐내는 군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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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미인촌.

 

어느날 그대가 지리산 미인들을 만나고 싶어지면 피아골에 가시라

신선이 노닐었을 풍광을 암시하는 선유교의 유혹을 견디어

그렇게 곁눈을 거두고 미인들이 기다리는 소로길따라 곧장 들어가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미인들에 에워싸여도 기절하지 않을 마음 단단히 하고

하늘 향해 쭉쭉 뻗은 키와 늘씬한 육감적 몸매를 꺼리낌없이 마음껏 애무해 보라

은빛처럼 하얀 살결의 탄력이 감미로울지라도 소유할 생각은 절대 갖지 마시라.

 

무자비한 남정네의 난도질에 온몸을 베인 상처로 오랜시간 인고해온 여인들이다

고의춤을 풀어 수컷의 생물학적 본능을 채우는 욕구는 결코 허락되지 않을 성역이다

그대의 사랑만이 이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테니 꼭 품어 안아주고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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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미인촌에서 고의춤을 풀었음을 고백한다

오줌보 무게라도 줄여야 오늘 산행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씩둑꺽둑한 생각의

강박증에 압도당했으니....

 

어떤 남정네의 자기소유 흔적일까 ?

Graffito를 남기려했을테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저 낙서일뿐이다

 

 

< 구계포교에서 바라본 층계의 피아골 >

 

 

<피아골 삼거리 >

 

 

< 피아골산장에서, 좌로부터 에스테야, 수야, 호진, 옥자 님 >

 

호진이랑 옥자랑....

 

지난 8월 5일 긴장등 산행 시 대소골 들머리에 달린 표지기를 보며 궁금해 했었는데

이후 지리99 산행기방에 올라오는 산행기를 접하며 중년의 부부산꾼임을 알았다

 

백두대간 왕복종주, 정맥을 다 떼고 이제야 지리산에 든 관록의 산꾼으로

호진님은 에스테야야랑 소띠 갑장이고 옥자님은 세 살 연상의 개띠인데 그동안 단련된 체력에

감각적 길눈까지 갖춰 이 날 옛길을 잇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 흰덤봉 >

 

흰덤봉...

 

함태식 씨가 1972년부터 16년 동안이나 일궈놓은 노고단산장의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실의에 빠진 마음으로 하산해야했을 때 국립공원에서 피아골산장을 관리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당시 피아골산장에는 젊은 내외가 살고있었기에 함태식 씨는 똑같은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 젊은 사람을 국립공원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말에 그는 마음을 바꿔 피아골산장으로

옮겨갔는데 그때의 젊은 사람이 염성준 씨로서 지난 주 산행기에서 소개한 적이 있고

오늘 아침식사를 한 식당의 주인장이다.

 

함태식 씨가 1988년 1월 4일 노고단산장에서 피아골산장으로 이사하는 날의 심정이

그의 책 '단 한번이라도 이곳을 거쳐간 사람이라면'에 잘 묘사되어 있는데

흰덤봉을 볼 때마다 그 책의 구절이 생각나기에 옮겨본다.

 

『 허허로움 때문이였을까.

    질매재에 이르는 길은 유난히 멀고 험하게 느껴졌다.

    아마 귀양을 떠나는 선비의 심정이 이러했를 것이다.

    나는 질매재에 이르러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구부슴한 봉우리 위로 오후의 햇살이 따스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오후 4시에 피아골산장에 도착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눈 쌓인 흰덤봉이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석양녁의 흰덤봉은 장관이었다.

    불그스레한 기운을 띈 백설의 봉우리가 해사한 미소를 띠고서 나에게 손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흰덤봉는 내 심정을 알고 있을까.

    나는 오래동안 흰덤봉의 햇살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문득 한 줄기 눈물이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

 

 

< 불로교에서 올려본 피아골 >

 

적요하기 그지없는 용수골을 오르며 미묘한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먼 옛날 이곳에 있었다는 종녀촌(種女村)의 전설이 꼭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이다

씨받이 여인들의 기막힌 삶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보면

어느새 계곡 한가운데 엄첨나게 큰 바위와 맞닥뜨리게 된다

용수바위이다.

 

용수골....

 

龍水巖이란 바위와 연관된 지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과거 이곳 주변에 있었다고 전하는

龍樹庵이라는 암자와 관련이 있다

조선 후기 득원(得圓)과 혜오(慧悟)스님이 연곡사 용수암 토굴에서 수년 동안 수행했다는 기록이

<동사열전>에 있으며 용수암터는 용수암 이르기 전 우측 공터 지역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 용수바위 >

 

 

 

 

임걸령 옛길 요약 설명하면.....

 

1. 용수골로 들어서 계곡 따르다 보면 고도 940 m 정도에 집채만한 바위가 계곡 한가운데 놓여있어

   용수바위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는데 좌측 아래 부분에 용수암이라고 흰 페인트로 써놓았다

 

2. 옛길은 이 용수암 좌측으로 흘러내리는 지계곡을 좌측에 끼고 이어지는데

   현재 길 상태가 묵어있어 지계곡 우측 가장자리를 따른다는 느낌으로 이으면 된다.

 

3. 경사 급한 너덜길이여서 주변에 별다른 볼거리는 없지만 고도 1100m 우측,

    거대한 암벽 아래 비박지 두 곳 정도가 보인다.

 

4. 고도 1175m 에서 지계곡 너덜길을 버리고 방향이 우측 사면으로 틀어지며 임걸령샘을 정조준하게 되는데

    이 지점을 놓치지 않도록 눈여겨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아래 지형도 참조)

 

5.  이후 얼마간 다시 돌너덜 구간을 지난 후 낮은 산죽과 풀밭 사이로 길이 이어져

     임걸령샘 앞 바위 서쪽면으로 빠져 나오게 된다.

 

 

< 적색 선 : 이번 산행궤적,   청색 선 :  지난 주 산행 궤적 >

 

 

< 황호랑이막터 찾느라 두리번 거리다보니 고도 1100m 우측에 이런 비박터가 두 곳 보인다 >

 

황호랑이막터...

 

임걸령 옛길과 함께 황호랑이막터를 꼭 찾아보고 싶었다

자료를 뒤적인 결과 지난 주 단독산행 시 보았던 비박터 한 곳으로 나름 추정하던 차

가객님이 1992년 산행기록지를 들추어 알려주신 결정적 제보와 일치하는 곳이다.

 

지난 산행 시 임걸령 옛길을 찾느라 임거령샘 주변을 훝을 때 

샘 입구 동쪽 30m, 피아골쪽 암벽 아래 작은 박지를 보았는데 그곳이 황호랑이막터였다

상기 지형도에서 임걸령샘 아래 지난 주 산행궤적의 청색 선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부위에 해당된다.

 

황호랑이막터의 전설이 재미있어 최화수의 < 대하르포 지리산 >에서 옮긴다.

 

『 화엄사 계곡 어귀 황전리에 황씨 성을 가진 한 총각이 약초를 캐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나무를 캘 수 없는 겨울에는 나무 주걱을 대신 만들어 팔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황총각은 주걱을 깍으러 지리산에 들어갔는데,

    그날은 유달리 집에서     기르던 암캐가 따라 나섰다.

    

    황총각은 반야봉 밀림지대에서 주걱을 한 짐 깍아 집으로 돌아가려고 임걸령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별안간 눈이 내리면서 날까지 저물었다.

    그는 걷기를 단념하고 임걸령샘에서 동쪽으로 30여 미터 떨어진 낭떠러지로 내려가

    바위를 의지하여 나무가지를 모아 간단한 산막을 만들었다.

    그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산막에서 밤을 지새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주인을 따라온 암캐가 새끼 7마리를 낳았다.

    밤이 깊어가자 눈은 멎고 하늘이 맑게 갰으나, 호랑이 한 마리가 느닷없이 으르렁거렸다.

    황총각은 어쩔 수 없이 강아지를 차례로 호랑이 입으로 던져주었다.

    그는 이번에는 벌겋게 단 돌덩어리를 주걱으로 던져주며 " 옛다, 먹어라 "고 했다.

     이를 덥썩 받아삼킨 호랑이가 포효하며 눈 위에 뒹굴다가 죽었다.

 

    남다른 용기와 지혜로 무기도 없이 호랑이를 잡은 황총각에게 고을에서 큰 상을 내렸으며,

    그에게 '황호랑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그때의 그 막터는 지금도 '황호랑이막터'로 불리고 있다.』

 

산행 중 위 이야기를 전하니 가만히 듣고 있던 에스테야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전설은 과거적 삶의 흔적과 지혜가 녹아있고 그 때를 살다간 사람들의 체취가

따사롭게 느껴지기에 허황된 소리일망정 재미있게 들리는 것 같다.

 

 

< 옛길 날머리, 임걸령샘 앞으로 수야가 빠져나오는 중 >

 

 

< 임걸령샘 >

 

 

< 반야봉 ~ 삼도봉 ~ 불무장등 ~ 솔봉 능선 >

 

 

< 폐허의 서산대 >

 

 

< 선유교에서 바라본 피아골 >

 

 

1412m 봉에서 남릉을 따라 내려오다 오랜만에 서산대를 찾아본 후 다시 피아골산장을 거쳐

직전 마을로 되돌아 오니 산행소요시간 11시간 50분에 16.5Km를 이동하였다

마라톤 선수들인 에스테야와 수야, 지칠줄 모르는 체력의 호진과 옥자님 따라다닌다고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더위 먹고 쎄가 만발이나 빠진 하루였다

 

지난 주 산행기를 썼던 산행의 반복이기에 가능한 중복은 피하고

용수암~임걸령샘 구간의 옛길 부분에 대해서만 보충한다는 게 좀 늘어졌다.

 

                                                                                       

 

 

         



11 Comments
진주아재 2012.08.29 17:42  
황호랑이막터..............................^^
 
다우님에 산행기 속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마력이 있습니다.......^^
 
한번  마음먹으면  숙제를 해야 직성이풀리는
다우님 덕분에
 
편안히 안자서  지리를 봅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답지 2012.08.29 19:09  
탐구의 열정과 해박한 배경지식을 곁들이니훨씬 지리산이 가까워지는 느낌입니다.불편한 몸을 이끌고 먼 길 걷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강호원 2012.08.29 22:21  
1, 쎄가 만 발이나 빠졌다는데 지난 주 혼자 갈 때 보단 훨씬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2, 다우 님 덕분에 오래 전 읽얶던 함선생의 책을 다시 들추어 봤습니다. 고집 센 영감님이죠.
저도 피아골산장에서 몇 번 뵈었죠.
 
3, 지 지난 주, 수야 빠져나오는 오른쪽 그늘에서(에 원장님 선 곳) 아내와 점심 묵었죠.
그때, 요 아래로 내려가면 용수암이 있다아이가... 했었죠.
물론 아내는 뭔 소린 줄 몰랐겠지만.
 
4, 저도 처음 용수암골 산행시, 무신 암자가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바위만 덩그렇게 있어 좀 의아했었죠.
바위때문에 붙여진 이름일까?????? 하고.....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5, 알찬 산행기, 잘 봤습니다.
운제 함 볼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호진이랑옥자랑 2012.08.29 23:42  
다우님의 잔잔한 멋스러움의 향기가 지금도 느껴집니다~~
함께했던 산행 오래도록 기억될겁니다~
센드빅 2012.08.30 12:26  
역쉬 행님 답습니다^^ 함께하여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라꼬 노력했는데 회사 일이 우선이라 우짤 수 없었습니다^^
 
이제 임걸령 옛길에는 땀으로 얼룩진 행님의 발자취와 흔적이 후답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지예^^
 
더운 날씨에 수고하셨습니다^^  행님도 복 받을 낌니더^^
꼭대 2012.08.30 14:26  


<다우>님의 지난번 용수암-임걸령 산행기를 출장 중에 읽으면서

마지막에 남긴 후답자들이 옛길을 제대로 복원해주기 바란다는
멘트를 보고

귀국하면 산길탐구팀을 파견해서 <다우>님의 과업을 지원해야겠다 생각을 하다가 곧 바꾸었습니다.

 

탐구열정이 남다른 <다우>님 성격상 저렇게 말은 해 놓았지만 궁금증에 참지 못하고 본인이 조만간 또 가서 기어코 숙제를 해결할 것이라
판단했는데

한 주 만에 바로 다시 출동해서 해결을 했군요.

 

<다우>님의 노력으로 그 길을 다시 복원한 것도 고마운
일이며

지리산행의 진정한 재미는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것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수야 2012.08.30 14:27  
여러가지 공부 많이 했습니다.
산행전,산행후.

함께한 산행 거리 만큼씩,
회차가 거듭하면 할수록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느낍니다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산나그네 2012.08.30 15:07  
지리산의 계곡하나를 두고
이렇게 구구절절이 풀어내는 다우님이야말로
이시대 진정한 지리산꾼입니다.
 
부디 온전히 체력을 유지하고 보강하여
지리산 전역을 정리해 주시를 바랍니다.
 
 
김정주 2012.08.30 15:50  
다우님...?
본업에 충실 하십시요..?ㅋ
 
지리산연구 너무도 많이 하신것 같습니다...
 
모든 당원들이 못한게 없으니...
기죽어 같이 산행 하겠습니까...?ㅋ
 
항상~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청산 2012.08.30 17:57  
제가 봐도 낙서로 보입니다.
고의춤은 풀었다 하니 나도 그 때 가서 시도를 해야할 듯 ㅎㅎ
 
흰덤봉
사실 그 길을 수 없이 다니면서 그곳에 눈 길을 주었지만
흰덤봉이라는 사실을 이제 알아 부끄럽네요.
덕분에 흰덤봉과 황호랑이 막터 정보 감사드립니다.
 
에스테야 2012.08.30 19:10  
형님의 탐구열정 배워야 하는데 통 따라가질 못하겠으니,
그냥 같이 산행하면서 지켜 보는 걸로 만족하렵니다.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 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다음에 또 뭘 찾으려 가시면 불러 주세요.
도움은 안되겠지만 옆에는 있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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