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탐구
화개약수와 연암
태양이 중천에서 이글거리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벌겋게 단 철판 같은 하늘.
구름이 없는 것은 그 이글거리는 태양이 죄다 태워
없애버린 까닭으로밖에 이유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아스팔트가 금방 녹아내릴 것만 같다.
죄다 타고 있다.
그 속에 나도 타고있다.
각자 자신의 일처리로 일요일 오전 시간을 집에서 보낸 후
답답함과 더위를 피해 12시 넘어 집을 나섰습니다
마산~진주간 국도를 달려 남해고속도 진성교차로 부근의
청국장집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과거 바이크클럽 활동시 하동, 순천 방면을 오가며 자주 들렸던 식당인데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왠만해서 좀처럼 맛있다는 소리를 잘 하지 않는데
겉보기는 다소 허름해 보이지만 내부는 청결하니 제 입맛의 검증을 믿으시고
근처를 지나치게 될 때 들려보시면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먹어보면 힘이 솟을지도 모르죠
아마 과부가 담을 넘으려 하고 처녀가 오줌을 질금질금 할 것입니다
간판 전화번호로 내비게이션 검색하면 위치를 찾을 수 있겠죠.
3시 조금 지나 화개약수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전부터 화개약수는 들어봤지만 직접 찾아보기는 처음입니다
최근 자주 찾는 다원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과거 이 다원의 주인 내외가 `선녀와 나뭇꾼`이란 제목으로 SBS `신인간시대`에
두차례 방영되기도 하였는데 그동안 선녀는 꼭꼭 감춰졌던 날개옷을 되찾었는지,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과 함께 나뭇꾼을 떠나버렸습니다
화개약수 위치는 화개초등학교에서부터 두갈래로 갈라진 길이
쌍계사 방향에서 다시 합쳐지기 직전에 우측의 간이화장실을 갖춘 임시구조물 아래
화개천의 계곡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유황성분이 많아 물맛은 썩은 달걀 또는 똥물 맛이라고 하는데 이 날은 계곡물이 넘쳐
흘러들어 직접 맛을 볼 수 없었습니다
불소 성분도 많아 음용수로는 불가능하고 대신 피부질환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산행시 피부질환으로 속을 끊이고 있는 여성분에게 세안를 권해볼 요량이였는데
엄청 불어난 계곡물로 인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ㅋ
< 화개약수 옆의 임시 구조물 >
<화개약수, 시멘트로 덮개를 만들어 놓았다 >
< 화개천변의 다실, 산유화님이 소리소문없이 개업해 놓고... 그런다고 모를까요?...ㅋ >
< 제 이름을 걸고 낸 프랜차이즈점....ㅋ >
4시 반경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연암`을 찾아보기 위해 화개천 상류로 올라갔습니다
사전에 추정지역을 구글위성도와 다음지도로 검색해보니 인위적 구조물이
다음지도에 보였습니다 추정 위치를 gps에 웨이포인트로 저장하여 주변을
샅샅이 훓어볼 계획입니다
도중 길을 만나 확신감 충만으로 올라보면 벌통이 나오는 등 두차례 헛탕질을 하니
오랜만에 지리산에 따라온 아들놈이 대뜸
" 아빠, 지금 뭐하고 있는거예요? " 라고 합니다
부쩌지 못하고 할 말도 궁해서
" 아빠가 지금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길 찾는 중이다 " 라고
위신서지 않는 대답으로 어물거렸습니다.
< 다음지도에서 찾아본 연암 >
마침내 찾아보니 토굴 수준인데 道玄스님은 출타중인가 봅니다
대하는 순간 전체적 조형미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인데
산죽으로 이엉을 이은게 다음지도에서 확인한 진한 갈색지붕과
달라 최근에 새로이 축조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어쩜 이렇게 정갈하고 소박 아담하며 주변 자연과 잘 어울리게 지었는지
어느 것 하나 나무랄데 없는 건축주의 미적 감각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 3평 정도의 귀틀집 >
< 물대롱의 거북형상 바위 받침 >
< 부엌 아궁이 벽에 걸린 불탐위보는 스님의 화두인지 >
<댓돌 위에 가지런한 고무신,육환을 매달아 드리고 싶은 지팡이 >
< 울타리 경계를 이룬 차나무와 땔감 장작쌓기도 예술적 >
이 암자의 연혁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못하는데
직경 1.5m 정도 밖에 안되는 조그만 연못에 자란 수련을 보며
`연암`이 유래한 연유가 아닌가 하고 막연히 추정해볼 따름입니다
이렇게 사진을 올리는게 스님의 뜻과 배치되는 것 같아 한동안
주저했지만 자세한 위치 설명을 생략하는 것으로 갈음하였습니다
< 수련의 둘레 한쪽에선 동자가 세월을 낚고 반대쪽엔 그가 타고온 나룻배가 정박되어 있다,
저 동자가 고기를 낚아올릴 쯤 스님도 마침내 득도할 것이니 동자는 문수동자의 현신 >
< 어느 것 하나 멋스럽지 않은 것이 없어 조형미의 수작 !!!!! >
< 빨래걸이 조차도 멋스럽게 >
< 구석져 어두운 곳 하나 없이 밝혀 제도하려는 부처님의 등불 >
< 道玄스님의 저서 >
과거 한때는 지리산행이라 하면 지리 주능 험한 곳에 붙어 어느 정도의 치열함이
따라야 지리산행을 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산불방지 기간에 주로 이용했던 지리 지능의 산행을 통해
주변자락에 삶을 터전을 일구었던 사람들의 흔적과 그들에 의해 형성된
문화을 보다 더 자주 접하며 산행의 새로운 맛을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어차피 히말라야 등산하는 것이 아니니 죽을동 살동 오르내리는게 산행의
주요소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요즘은 좀 느긋한 산행을 하곤합니다
치열하고 빡신 산행이 싫다는 말이 아니라 물론 좋아하고 즐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꽃과 나무도 보고, 지형산세를 넋놓아 쳐다보기도 하며, 지리산 자락에
형성된 역사적 문화적 흔적들을 찾아보며, 체험해 볼 수 있다면 직접 경험해보는
바쁘지 않은 산행의 맛도 괜찮다는 어줍잖은 생각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산행과 더불어 찻집에 들리는 것도 이런 예에 해당될 것입니다.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은 산행을 산행기방에 올리려니 낯짝 간지럽스니다
그래도 지리산에서 걸은 산행이니 지리산행기라고
억지논리로 밀어댔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