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탐구

극락터골

다우 | 5234
요즘 연이은 문수골 산행 후
지명에 대하여 여전히 의문부호를 찍어야만 했던 계곡,
문수골 고도 600m에서 문바우등 방향으로 뻗은 계곡,
그동안 보아온 여러 지도에서 복구골로 잘못 표기된 계곡,
대다수 현지 주민들조차 이름을 모른다고하는 계곡,


오늘 직접 그 계곡을 산행해보고 난 후 주민과 대화하다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다시 문수골을 찾았다.

산행을 시작하기전 주민에게 `감나무골`에 대해 물어보니
곰돌이 야생 적응훈련장이 있어 들어가면 안된다고 한다.
당초 감나무골로 올라 문바우등에서 의문의 계곡으로
내려오려했던 계획을 수정한다
의문의 계곡으로 바로 올라 형제봉, 월령봉능으로 하산하기로...



임도를 따르다 숲이 우거진 상황에서 계곡 초입부를 찾기 쉽지않다.
출입제한용 철조망 안으로 들어서 조금 걷다보면
등로 오른편으로 큰 반석이 계곡가에 있는데 이 반석에서 계곡으로
내려서서 60m 정도 계곡을 거슬러 오르니
우측으로 폭포형태의 지계곡이 흘러내려 합류하고 있다.
폭포를 우회하여 계곡을 타고 오르며 GPS트랙을 확인해보니
제대로 찾아들었다.

지형도를 보면
계곡 초입부는 아주 좁은 반면 위로 갈수록 넓게 벌어져
마치 부채를 펼친 형국으로 복호등~ 문바우등~질등 방면의
모든 물이 모여들게끔 형성된 양상이다.
계곡 윗부분의 등고선이 V자형이기보다는 한 일자로 펼쳐져
단순 산사면 형태로 보일 정도로 특이하다.

고도를 올리며 복호등으로 붙기 위해 오른쪽으로 치우친다
산행 초반 만난 멧돼지를 곰돌이로 착각하여 놀란 가슴이
사그라들쯤 고도 950m쯤에서 멧돼지 무리를 또 만난다.
5~6마리가 산상유희에 빠져 즐기느라 내가 접근하는줄도 모른다.

쫒아버리려 스틱으로 돌을 탁 내리쳐본다
`탕`소리에 도망치기는 커녕 오히려 하던 행동을 멈추더니
오히려 나를 향해 돌격 앞으로 자세를 취한다.
순간 나도 긴장하며 반사적으로 스틱 총검술 !!!
두 손으로 꽉 잡고 마음속으로 기본자세,
다우!
`앞으로 찔러`자세의 명령을 듣는다.

서로 시선을 고정한 상태에서 잠시 몇초의 정적이 흐른다.
만약 돌진해 내려온다면 투우의 장면처럼 옆으로 잽싸게 피하면
내달린 속도 그대로 돌부리에 쳐박혀 꼬꾸라질까?
잠간 온갖 잔머리 상상 굴리다 앞으로 조금 움직여본다.
그러자 멧돼지들의 집단후퇴,
멧돼지 기권패!!
휴~~


(질등에서 내려본 질매재)


(질등에서 바라본 반야봉)

온다는 비는 아니 오고 습도가 높으니 땀이 정말 무진장 흐른다.
문바우등,질매재를 거쳐 문수대에 도달할쯤 준비한 생수 2병을 다 비웠다.
식수를 보충하기 위해 `수행중 출입금지`란 문수대 스님의 경고를
어기고 살금살금 들어서니 스님은 출타중인가 보다.
뒤편 석간수가 정말 시원하다!



청량감을 안기는 석간수를 볼 때마다 언제나 찻물로 마음껏
쓸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96년 1월 7일,
추위에 떨다 찾아든 무착대의 떠끈떠끈한 토굴방에서 돌샘물을
길어 우려낸 차를 맛본게 여태 최고의 차맛으로 기억하는바
결코 그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고단 KBS송신소부터 형제봉, 월령봉능 초입 들어서기까지
그대로 노출되어 은폐, 엄폐가 되지 않는 구간에서 때맞춰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짙은 운무가 보호막을 펼친다.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건만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인 것 같다.


(밤재로 향하며 바라본 운무속의 형제봉)

형제봉, 월령봉능은 유달리 길이 좌우로 갑자기 꺽이는
곳이 많아 눈여겨 살피며 걸어야할 능선인 것 같다.
오늘 날씨탓에 질등에서의 잠간을 제외하고는 밤재로 내려서기까지
종일 운무로 인해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구간이 별로 없다.


(밤재 마을에서 바라본 왕시루봉 방향)

뒤 고개 이름도 밤재고 마을 이름도 밤재인 마을을 지나
9시간에 걸친 산행을 종료한다.
배낭 구석구석에 끼인 나뭇잎들을 털어내기 위해 배낭을
뒤집어 흔들어 대며 툭툭 쳐낸다
귀중품 하나가 떨어지는줄도 모르고 열심히.....

차에 오르기전 아랫도리 영구장착형 물통을 비운다
물줄기가 떨어지는 아래 풀밭에 반쯤 드러나 보이는
물체가 내 디카와 아주 닮아 보인다.
순간 물줄기를 쓱싹 자르고 뛰어내려 보니 내 디카이다
카버에 샤넬향의 영롱한 물방울만 좀 튀겼을뿐 침수 피해는 없다.
내 물건 잊어버린줄 모르고 있다 되찾으니 공짜 덤으로
얻은 것 마냥 좋다.
역시 재수 좋은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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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문수골 산행을 통해 얻은 나름대로의 생각을 요약해보면
비록 중복되는 말이지만

1. 문수골 지계곡 명칭은

감나무골,
큰진도사골,
작은진도사골,
극락터골,
복호골 등이다



# 진도사골;
진도사바위와 이와 관련된 전설이 있고
현지에서 태어나 오랜 삶을 영위한 주민들간 복수 검증에서 일치한다.

# 복호골;
신율 마을 인근에 복호바위,복호폭포가 있고 그 위에 복호등이 있으니
복호골은 초입이 고도 520m인 지계곡을 지칭함이며
복구골은 위치와 명칭 모두 오류이다.

개인적 추정이라면
복구골은 복호골이 구전되는 과정에서 발음이 비슷한 복구골로 와전되고,
보다 큰 문수골 지류이지만 명칭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극락터골로
오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소설 쓴다고하면 할 말이 없다.

# 극락터골;
초입 고도 600m의 지계곡으로
토지면 사무소를 통해 문수골에서 오래 살아왔다고 하는 주민들간의
복수검증을 시도해보았지만 골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고
조상이 임진왜란 당시 들어와 13대째 살고있다는 오직 한 분만이
`극락터골`이라고 했다.
아무도 모른다면 `무명계곡`으로 불리는게 타당하지만
확실히 아는 사람이 있는한 극락터골이라 부르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매막등

1:25,000 지도상 매막등이 형제봉, 월령봉능의 1202m봉에
표기되어 있어 이 능의 일부로 오인하였는데 현지 확인 결과
감나무골과 작은진도사골 사이의 능선을 일컬음이다.


(맨위 V자능은 질매재, 왕시루봉능이고
아래 V자능의 좌측 부분이 매막등 )

12 Comments
진주아재 2009.06.30 15:26  
이름도 생소한 극락터골. 매주 새로운 계곡을 찼아 떠나는 님이 많이 부럽습니다. 이제 그쪽 동네탐구는 거이 끝난겁니까...? 참대단 하십니다.
강호원 2009.06.30 21:14  
덕운내(덕은내)계곡 상류에 골짜기가 그렇게 많군요...... [문수리]는 노고단 아래의 문수대, 밤재 오른쪽 골짜기(복호등 아래)의 문수사에서 유래한 이름인 듯하고....... [文殊]는 [문수보살]을 뜻하는 말로 "석가여래의 왼편에 있는 지혜를 맡은 보살"을 말한다고 되어있군요. 문수리계곡을 집중탐구하는 [다우]님의 열정이 놀랍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본 이름을 정확히 알고 산행하면 그 즐거움이 배가되겠지요...... "영구장착형 물통", "샤넬향".... 멋진 표현입니다. 자기 물건 잃었다 찾은 것도 횡재임이 분명하고....... 잘 봤습니다. 아드님은 많이 컸던가요? 미국 말도 잘 하고?
달이 2009.06.30 22:06  
항상 그랬었지만 이번에도 다우님의 산행기를 읽으면서 이런 지리산 사랑도 있었구나!.... 할 따름입니다. 제겐 너무 어렵기만 해서요...
봄이 2009.07.01 07:21  
상상속의 멧돼지가 아닌 실제의 멧돼지.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무리앞에서 그렇게 초연할 수 있다니요... 생각의 전환... 자칫, 놀라움에서 탓을 할 수도 있는데 "재수 좋은 날"로 매듭 지으시는 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님 말씀처럼 정말 특별한 지리산 사랑입니다... 다음은 어디가 목적지가 될런지...^^
귀소본능 2009.07.01 07:40  
권총찼던 장교 출신이 스틱을 총검이라 하며 무리의 멧돼지를 후안무치로 물릴 칠 수 있는 대단한 내공은 어떠하며 누릿끼리한 오줌발을 샤넬향 영롱한 이슬로 치부하는 형님의 객기는 또한 어떠하뇨 ~ㅎ 다우형! 극락터골에 가면 극락에 이르는 첩경이 있는지요? 반푼수 기상청 놀음에 젠장 또 놀아났습니다. 훗일을 도모하겠습니다.
김정주 2009.07.01 11:59  
다우님... 정확한 지명의 연구까지...탐구산행 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 극락터골은 저에게도 낯설은 지명 같습니다... 다우님...앞으로도 지명연구... 다음 어디입니까...? 수고 많으셨습니다...^^*
꼭대 2009.07.01 16:14  
작은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확실하게 규명하려는 님의 탐구정신이 빛나는 산행입니다. 더군다나 지명이나 산길 탐구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대부분 혼자나 혹은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대단한 정보인양 알려주는데 비해서 님은 고생해서 얻은 정보를 보다 늘리 보다 쉽게 알리려 완벽한 산행기를 올려주시니 진정 지리산꾼입니다. 아마도 부인께서도 동행하셨지 싶은데 멧돼지 앞에서 놀라셨는지 혹은 멧돼지 앞에서 총검술 자세를 취한 님이 하도 웃겨서 웃으셨는지 씰데엄는 것이 궁금하군요. 앞으로도 알차고 귀중한 탐구산행기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으흠… 사람 몸을 잘 아는 의사들은 그것을 샤넬향 나게 만드는 도술에도 일가견이 있으시군요…
네스카 2009.07.01 21:58  
영구장착형 물통.. 먼산보며 비우셨다면 큰일날뻔 했네요..ㅎㅎ 문수골쪽 산행길에 꼭 챙겨가서 활용하겠습니다.
다우 2009.07.02 12:12  
님 더운 여름철에 잘 계시죠? 항시 건안하시고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배님 건강히 잘 계신지요? 산행 요일이 잘 맞지 않는게 아쉽습니다 곧 좋은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들 녀석은 본 지가 하도 오래된 기분이라 좀 컸는지 저도 헷갈립니다...ㅎ 님 멧돼지와 조우했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러웠습니다 군대생활한지 오래되어 총검술중 생각나는게 `앞으로 찔러`밖에 없었습니다...ㅎ 언제 만나뵐 수 있기를... 씨 직접 대해보니 제가 어려운 상대이던가요?. 같이 잘 놀아 놓고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나요....ㅎ 곧 얼굴 봐야죠 님 특별한 지리 사랑이라기보단 봄이님처럼 지리를 좋아하기에 지리산행을 즐기는 것일뿐입니다 지리에서 기쁘게 만날 수 있으면 합니다 아우 권총 찼어도 군대에서 필요한 동작은 훈련시 모두 받았고 의무복무라도 38개월 짜리였거든....ㅎ 내공은 무슨 내공이겠나? 오들오들 떨었지.... 조만간 만나야지, 다쳤다는 발은 다 나았는지 ? 님 요즘 정주님의 산행리포트 잘 보고있습니다 체력 좋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곳에 가시더군요 우연이라도 만날려면 제가 체력단련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ㅎ 님 어리버리 산꾼의 산행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리 사랑에 대한 꼭대님의 열정에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비가 올지도 모르는 날씨여서 집사람은 동행하지 않았는데 만약 동행했다면 기겁을 했을 것 같습니다...ㅎ 님 먼산을 보면 안되고 항시 아래를 주시해야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ㅋ 더운 날씨에 건강하세요..^^
청산 2009.07.03 00:11  
다우님 안녕하세요. 조금전에 그 쪽 방면 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다우님의 산행기를 보고 갔더라면 더욱더 좋은 정보가 됐을텐데 하면서 다녀온 흔적을 더듬으며 다우님의 산행기 정독 해 봤습니다. 정말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다음에는 큰진도사골을 꼭 가 보고 싶습니다.
센드빅 2009.07.04 10:02  
형님 참 표현을 히한하게 하시네예^^ 뭐 뭐시라꼬예 샤넬이 어쨌따코예^^ 아드님 까지 왔서니 좋으시겠습니다 인자 이불 뒤비쓰고 아드님 이름않불러도 되겠네예^^;; 산길 찾아가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우 2009.07.05 13:34  
님, 저의 산행기가 청산님의 산행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기쁜 일입니다 청산님의 산행기 즐독하고 있습니다 항시 즐거운 산행하시길... 아우 한동안 산행기가 안올라오더니 해외원정을 다녀왔네보네... 조만간 얼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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