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탐구

[오공산능선] 1부. 삼밭골 넘어가는 옛길과 [효자의 길]

꼭대 | 6689

오공산능선 - 삼밭골 넘어가는 옛길과 [효자의 길]

 

 

 

1. 삼밭골에서 오공능선 넘어 실덕으로 가는 길

 

 

백무동 안쪽 오공능선 사면 깊숙이 자리잡은 삼밭골에서 대처로 나가기 위해서는 백무동 골짝을 따라 내려가 송알삼거리를 거쳐 마천으로 가는 것 보다는, 오공능선을 넘어 실덕을 거쳐 송알삼거리로 가는 것이 거리상 가까워 주 통행로로 삼았음은 삼밭골에서 양쪽 방향으로 난 옛길의 상태를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백무동에서 삼밭골 올라가는 길'을 비롯하여 [문화유적]게시판의 [지리산의 석문] - 4. 참고.)

 


1삼밭골-실덕 옛길 지형도.jpg 

*삼밭골-실덕 옛길(붉은선) 지형도

 

삼밭골에서 오공산능선 상에 있는 석문을 통과하여 오공산 능선을 넘어가면 A지점에 당도할 때까지 옛길은 너덜지대와 산죽지대를 거치면서 뚜렷하게 나 있다.

A지점에서 방치된 임도를 만난다. 개설만 해 놓고 전혀 이용하지 않은 듯 가파르고 거친 임도가 옛길을 뭉게 버렸을 것이다.

 

거친 임도는 B지점에서 휴양림에서 이어진 반듯하고 넓은 임도를 만난다.

(이 임도는 휴양림 반대 방향으로 가면 임도끝 지점에서 끝나버리고 탈출하기도 만만치 않다.)

 

B지점에서 휴양림 임도 건너 하정동으로 내려가는 임도가 이어져 있다. C지점에서 우측으로 갈라지는 임도가 나타나지만 흐지부지되고 만다.

 

이용도가 낮은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 좌측에 멋진 독가가 나타나고 여기서부터는 시멘트포장 임도가 논밭 가운데로 하정마을에 당도할 때까지 지루하게 이어진다.

 

2멋진독가.jpg 

*외딴 곳에 있는 멋진 독가

 

 

지형도 상으로 보면 옛길은 하정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송알삼거리까지 더 가까운 실덕교 방향으로 갔을 것인데, 추가 탐구가 요망된다.

 

 

 

2. 오공산 능선의 풍수

 

 

 

사주나 성명철학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풍수 같은 뜬 구름 잡는 사술을 믿지 않지만, 옛 조상들이 궁을 비롯하여 집터며 묘터를 잡을 때 주먹구구식으로 하지 않고 산세를 읽고 해석하는 기준으로 풍수지리설을 정립한 점은 높이 사고 싶다.

 

우리 같은 반풍수도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야 산세를 보고 좋다 멋지다 표현밖에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풍수지리설 덕분에 배산임수 좌청룡우백호 정도는 볼 줄 알게 되었는데, 오공능선을 보면 지리산 아흔아홉골이 만들어 내는 산세 중에서 배산임수 좌청룡우백호로 치자면 손꼽을 곳이다.

 

 

3오공능선풍수 지형도.jpg 

*오공산능선 주변 산세

 

지리주능(붉은선)을 배산(背山)하고 오공산능선(청색선)을 중심으로 삼정산능선을 좌청룡( 삼고 창암산능선을 우백호 삼아 좌우 능선이 오공산 능선을 포근하게 감싸며 마천으로 빠지는 하천을 바라보며 임수(臨水) 하는 형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리산 중에서도 유독 오공산 능선에 묘가 많다.

오공산능선을 오르다 보면 능선 마루금을 따라 연이어 나타나는 묘들이 고도 1000을 넘기도 이어진 것을 보면서 그곳까지 무거운 관을 메고 힘들여 올라오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옛 사람들이 풍수에 기대어 조상을 잘 모시는 한편으로 후손들에게 음덕이 전해지기를 기원하는 애틋함을 엿보게 한다.

 

 4오공능선상묘지 지형도.jpg

*오공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묘들

 

  

 

 

3. 효자의 길

 

 

5 돌끈.jpg  

*돌끈 표지기

 

 

지리산중 수많은 산길을 헤매어보지만 어떤 산길에 위의 사진과 같은 표식이 있는 곳은 오로지 딱 한군데 있다.

 

그것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길의 특정 구간에 간격을 두고 여려 개가 달려 있어 표지기와도 같이 산길을 인도해 주고 있다.

 

 

6효자의길 지형도.jpg 

*돌끈이 달린 산길(붉은선)의 지형도

 

 

도촌마을 오공산 능선 들머리에서 올라가면 지형도 상에 오공산이라 표시된 918봉을 넘어 조금 내려가면 얕은 안부가 나오고 D지점에서 우측으로 희민한 갈림길이 보인다.

이길을 따라가면 위 사진의 돌끈을 만날 수 있는데 E지점에서 삼밭골-석문-실덕 가는 옛길을 만난다.

돌끈은 삼밭골-실덕 옛길의 폐임도에서 산길로 접어드는 A지점에도 있어 실덕에서 삼밭골 넘어가는 옛길을 찾아들어가는 주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7들머리돌끈.jpg  

*옛길 들머리에 있는 돌끈

 

 

 

 

 

이 특이한 길을 찾아 나선 것은 어느 우연한 만남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오공산 능선 산길 트랙을 따기 위하여 몇 주째 오공산 능선 집중 산행을 할 때 어느 여름날 도촌마을에서 오공능선을 따라 오르다가 예의 능선의 마루금을 따라 이어진 묘들을 지나 올라가 고도 918봉에 있는 무덤에 쉬고 있었다.

이 묘를 만나기 전 대부분 묘들은 잘 보살피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거나 아예 묘 바로 곁 산길 조차 다 덮어버릴 만큼 잡초와 잡목이 정글을 이루고 있는 곳도 있는 반면에 유독 이 묘는 비록 묘비는 없고 봉분에는 최근에 짐승들이 헤친 흉터가 있을 뿐 전체적인 봉분의 잔디뿐만 아니라 묘역을 이루는 주변의 잔디가 정갈하게 관리되어 있어, 마침 그 곳이 주변에서 최고봉을 이루는 곳이라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좀 쉬고 있자니 석문 방향에서 어떤 영감님이 등산과는 상관없는 삼베 적삼을 입고 올라오시더니 그 묘소 앞에서 간단하게 제물를 차려놓고 배례를 하시는 것이 아닌가.

 

의아하게 보고 있자니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간단하게 준비해 오신 제물들을 나누어 먹게 되었다.

열감님께서는 오공산 자락에 거주하시는데 부모님 묘소를 찾아서 이곳까지 수시로 올라와 묘를 돌본다 하였다.

 

그때는 막연히 참 효성이 지극하신 분이구나 생각은 했으나, 이때는 오공산 능선상의 옛 산길을 찾아 헤맬 때인지라 그 분에게 더 큰 관심사는 수시로 올라오신다니 실덕 방면에서 이곳으로 올라오는 산길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시골 분들이 다 그렇듯 나름 제대로 알려주시려 애쓰셨지만 정리하자면 “(묘에서 석문 방향으로 조금 내려서는 곳으로 쭉 올라온다.”였다.

 

 

그날은 주 목적이 삼밭골 내려서는 석문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 목적인지라 영감님과 헤어져 석문 쪽으로 내려가면서 영감님께서 올라왔을 갈림길 대략 확인한 후 바삐 석문으로 갔다.

 

다음에 다시 들머리를 보아둔 길을 확인하기 위하여 찾아 들어가 보니 돌을 매단 끈이 표지기처럼 나무에 매달린 것이 그 산길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정성스럽게 돌을 매단 끈을 나무에 매 단 표지기는 필시 그 영감님께서 부모님 묘소에 올라오는 길을 표시하기 위하여 만들었을 것이다.

 

그 영감님에게는 수시로 올라오는 길일뿐만 아니라 길 상태가 지리산 옛길 수준이라 잃을 염려가 없어 보이는지라, 그 표지기는 단순하게 영감님 자신이 길 잃지 않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보모님 묘소를 찾아 나서는 효심을 담아 불교에서 석탑 승탑 등에 극락 가는 길을 정성껏 장엄(莊嚴) 장식한 것일 것이다.

 

어쩌면, 굳이 산길 표시를 그렇게 정성스럽게 꾸며놓은 것은, 혹시나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집으로 오시는 길을 잃지 않도록 애절한 마음을 달아 놓은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1 Comments
saiba 2014.08.21 09:27  
언젠간 하산길을 <오공능선>으로 타고 내려오면서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데...<석문~삼밭골> 방면으로 이어지는 옛길에 대한 유래를 잘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그리고, <돌끈표지기>에 대해서도 시간 여유가 있으면 한번 두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군요.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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